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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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마지막 날을 생각하다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4. 23. 09:00
난 내 삶의 마지막 날이 어떠할지 현실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러니 죽음을 앞두고 해야 할 일도 정리한 적이 없었다. 죽음은 일생에 단 한 번 찾아온다. 내가 인지하는 것은 딱 거기까지였다. 어쩌면 죽음에 관해 좀 더 생각하며 살아야 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늘 그 주제나 그에 관련된 모든 것을 회피했다. 이제야 하는 그것이 얼마나 거대한 질문인지 깨닫는다. 정말 중요한 질문이며, 중대한 결정이라는 것도. 안티 투오마이넨 중에서 The Man Who Died Antti Tuomain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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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출 수 있는 자유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4. 22. 08:00
나는 어떤 일에도 100퍼센트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처음 시작할 때, 항상 생각하는 건 쉽게 빠져나올 수 있는 길이다. 취미 생활을 할 때도 장비를 먼저 준비하지 않는다. 회사에 다닐 때도, 박사 공부를 할 때도 갑자기 그만두어도 억울하지 않을 정도로 대충 한다. 다음에 할 일, 내일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에너지나 돈이 항상 남아 있기를 바란다. 그것이 내 인생관이다. 나는 나 자신의 삶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한 끝에 지쳐버려서 다른 일은 하고 싶지 않게 되는 것도 싫고 좋아하는 사람과 시시한 농담을 주고받는 즐거움을 놓치기도 싫다. 그리고 어떤 일이고 지겨워지거나 멈추고 싶을 때 언제라도 그럴 수 있는 자유도 나에게는 아주 중요하다. 이 가치들이 중요한 만큼 세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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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각과 선택의 표현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4. 20. 08:15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지식이나 책, 혹은 도덕은 없다. 오히려 선별하고 선택해야 할 책임은 개인에게 있다. 그 선택은 나만의 고유함에서 나오고, 따라서 거기에 정직하고 당당해야 하지만, 그 자유는 온전히 내 안에서 머무는 것은 아니다. 인류 전체, 다음 세대와도 공유하게 된다. 이 글은 책 읽기와 글쓰기를 중심으로 이야기했지만, 모든 나의 표현 행위에 해당된다. 고전이라는 이름이 나의 읽기와 쓰기를 제한할 수 없듯이, 말 한마디, 일상의 행동 하나도 나의 생각과 나의 선택의 표현이다. 이렇게 표현된 것은 글이든 그림이든 음식이든 세상 전체를 바꾸는 의미가 된다. 우리가 그런 과정을 통해 존재했던 것처럼. 박혜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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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람을 채워주는 관계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4. 19. 08:14
나 자신을 잃는다는 것도 결국 내가 있는 관계 안에 존재하는 것이다. 내가 완벽한 존재가 되려고 하지 않고, 나의 모자란 점을 채워주는 사람들을 발견하며 사는 삶이다. 그래도 그런 사람들과 사회에 대해 빚을 졌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나도 그들도 관계 안에 있는 것만으로 서로의 모자란 점을 채워주고 있으니, 세상이 나를 통해 흘러간다. 나의 모자란 점이야말로 나 자체다. 타인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가운데 오는 고통은 나답게 타인과 연결되는 것이다. 박혜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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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을 믿지 않는 이유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4. 18. 08:14
나는 스스로를 지키는 힘인 자존감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심리학자 마크 리어리의 소시오미터sociometer 이론은 자존감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에 잘 들어맞는다. 소시오미터는 타인에게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를 감지하는 정도를 말한다. 남이 나를 긍정적으로 봐준다고 인식하면 내가 그만큼 괜찮은 인간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내가 나 자신을 긍정하는 자존감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내가 자존감을 믿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스스로를 절대적으로 긍정할 만큼 대단한 인간이 아니다. 성인군자나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면 홀로 있는 인간은 누구든 불완전하다는 느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내가 나를 절대적으로 존중하지 않는다고 스스로 비하한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그 대신 나를 존중해주고 무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