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
실패하기 위해서 노력하다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4. 15. 08:12
우리가 타인에게 기대지 않으려고 하고, 남들을 배려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건 우리에게 진짜 완전한 자립을 이룰 능력이 있거나 남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 아니다. 혼자일 때 인간은 타인의 문제는커녕 자신의 문제도 시원하게 해결할 만한 능력이 없다. 불완전하고 그래서 남에게 자연히 기대며 살아가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 실패하기 위해서. 그리하여 이렇게까지 애써도 나 혼자 힘으로 살아가지 못하고 기대야 한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서. 우리는 그렇게 불완전한 남을 받아들이고 나 자신에게 너그러워지면서 남에게 기대는 용기를 얻게 된다. 박혜윤 중에서
-
나의 욕망 탐구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4. 11. 20:09
에피쿠로스를 두려워하고 미워했던 사람들은 욕망을 마음껏 따르면 타락하고 남들에게 피해를 주게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의 욕망을 극대화시켜 거의 무한대의 묻지마 소비를 부추기는 현대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나만의 고유한 욕망과 욕구를 정확하고 정밀하게 아는 것이 오히려 소비의 피곤을 줄여준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게 아니라면, 아무리 싸도 갖지 않는다. 아무리 사회적으로 칭송하는 가치라도 내가 원하지 않으면 추구하지 않는다. 넘쳐나는 지식 사이에서 내가 정말 궁금해서, 알면 내게 기쁨을 주는 것만 파고든다. 그렇게 나의 욕망을 소중하게 탐구하다 보면 나와 다른 욕망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점점 너그러워지는 나를 발견한다. 박혜윤 중에서
-
포기가 준 깨달음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4. 9. 09:00
나 역시 꿈을 위해 끈질기게 노력하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불굴의 의지에 감동한다. 사회의 활력과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나는 그들이 될 수 없었다. 어린 시절 끊임없이 세뇌당한 것과 달리, 지금 내 인생이 존경할 만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나를 낙오자로 만들지도 않았다. 이 안에도 살만한 가치가 있고 재미가 있었다. 내가 의지력 없는 나를 미워하면서 시간을 쓰지 않고 내 인생을 나름대로 재미있게 꾸릴 수 있었던 것은 어쭙잖은 미련을 갖는 대신 완전히 포기했고, 그 포기가 불러온 깨달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박혜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