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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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의 연결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5. 13. 08:00
인간은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태어난 초원 동물이고, 우리 신경계와 면역계는 자연 세계의 다양한 양상에 최선의 방식으로 대응하도록 진화했다. 햇빛 양, 노출되는 미생물 종류, 주변 식생 상태, 우리가 하는 운동 종류가 다 환경이다. 이 의미는 앞으로 밝혀나가겠지만, 식물이 자연에서 번성하는 길과 인간이 번성하는 길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힐데가르트의 직관이 옳다는 사실이 증명되고 있다. 우리가 바깥 자연을 돌보면, 우리 안의 자연, 우리의 본성도 돌보게 된다. 바로 그런 이유로 사람은 자연 세계에 있을 때 더 강한 활력과 원기를 느끼고, 원예가들은 평온한 활기를 맛본다.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면, 연결을 원하는 인간의 본성이 깨어난다. 수 스튜어트 스미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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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디타스viriditas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5. 12. 08:00
12세기, 빙겐의 수도원장 성 힐데가르트는 베네딕트회의 가르침을 한층 더 높은 곳으로 이끌어가는 탁월한 모습을 보여줬다. 약초 전문가로서뿐 아니라 작곡가, 신학자로서도 존경받은 힐데가르트는 인간 영혼과 자연의 성장력-‘비리디타스viriditas’라고 부른-사이 관계를 토대로 고유한 철학을 발달시켰다. ‘비리디타스’는 강물의 수원처럼 모든 생명체가 궁극적으로 의존하는 에너지의 샘이다. 라틴어 녹색과 진리를 합한 단어로, 좋음과 건강의 기원을 의미하며, 생명을 거부하는 메마름인 ‘아리디타스ariditas’와 반대된다. ‘비리디타스’의 푸른 힘은 글자 그대로의 의미와 상징적인 의미를 모두 갖는다. 인간 영혼의 생기뿐 아니라 자연의 풍성함도 가리킨다. 힐데가르트는 사고의 중심에 ‘녹색’을 위치시킴으로써, 자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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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와 권력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5. 11. 08:00
그 때문에 좌파는 항상 라고 말할 수 있어야 했고, 그런 자신이 스스로 정당하다고 느꼈다. 그 세력 중 일부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라고 말한다면 그들은 로 비난받으며 당에서 쫓겨나거나, 아니면 알아서 당을 나가 새로운 정당을 만들었다. 따라서 좌파는 항상 분열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다시 말해 영원히 세포 분열의 운명을 타고난 세력이었다. 그러다보니 이제껏 정권을 잡을 만큼 힘이 강했던 적이 없었다. 약간 비비 꼬인 심정으로 말하자면 정권을 잡지 못한 것도 그들의 복일지 모른다. 2015.5.15 움베르트 에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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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유를 생각해보기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5. 10. 08:00
구유는 예수의 탄생을 떠올리기 위해 인간이 고안한 것 중에서 가장 덜 초월적이면서 가장 인간적인 것이었다. 이 성스러운 디오라마에서는 그별과 오두막 위를 나는 두 천사만 제외하면 신학적으로 해석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배치된 사람이 많을수록 구유는 그만큼 더 많은 일상을 보여 주고, 그로써 아이들이 이전의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어쩌면 아직 오염되지 않은 자연에 대한 일말의 동경을 일깨워 줄지 모른다. 움베르트 에코 '순록과 낙타(2006.12.22)'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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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집단의 전통 이해하기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5. 9. 08:00
다른 인종의 아이들이 평화롭게 함께 생활하기를 원한다면 학교는 각 집단의 아이들이 다른 집단의 전통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따라서 성탄절이 되면 구유를 만들어야 하고, 다른 종교나 민족의 중요한 축제일에는 그들만의 상징을 만들고 제식을 치르게 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은 각자 어떤 식으로건 다른 축제에 참여함으로써 서로 다른 전통과 신앙 형식의 다양성을 접하게 된다. 예를 들어 기독교 집안의 학생은 라마단이 무엇인지 배우고, 무슬림 집안의 학생은 예수의 탄생에 대해 뭔가 알게 되지 않겠는가! 움베르트 에코 '순록과 낙타(2006.12.22)'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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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와 산타클로스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5. 7. 09:00
사람들은 크리스마스트리와 산타클로스가 개신교의 전통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산타클로스가 가톨릭의 성자 바리의 니콜라우스로부터 유래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소아시아 미라의 성 니콜라우스인데, 11세기에 그의 유해를 바리로 가져왔다고 해서 라 불린다). 물론 크리스마스트리로 쓰이는 상록수는 이교도의 유산이다. 그것은 기독교 이전의 동지 축제인 스칸디나비아의 율 축제와 관련이 있는데, 교회는 이교도의 전통과 축제를 흡수해서 가톨릭과 하나로 만들려고 의도적으로 그날을 크리스마스 축제로 정했다. 이 문제와 얽혀 있는 마지막 의미를 언급하자면, 소비지상주의라는 새로운 이교는 크리스마스트리에서 성스러운 의미를 완전히 제거해 버렸고, 그로써 크리스마스트리는 도시의 거리를 화려하게 밝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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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증오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5. 6. 08:00
우리 인간은 소크라테스 철학 이전의 가벼움으로 사랑과 증오를 대칭적 대립으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다. 마치 사랑하지 않는 것은 증오이고, 반대로 증오하지 않는 것은 사랑이라는 식이다. 그러나 이 양극 사이에는 수많은 중간 단계가 아주 명확한 형태로 존재한다. - 사랑의 계명은 우리에게 이웃을 우리 자신처럼 사랑하라고 요구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구의 나머지 60억 명을 우리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불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이 계명이 우리에게 권하는 것은 누구도 증오하지 말라는 것이다. - 소설에서는 사랑을 죽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야기하지만, 신문에서는(최소한 내가 어릴 적 신문에서는) 증오하는 적에게 폭탄을 던짐으로써 사지로 뛰어든 영웅의 죽음이 얼마나 황홀한지 묘사되곤 했다. 이것이 바로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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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이 필요한 나라는 불행하다>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5. 5. 09:00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갈릴레이의 생애Leben des Galilei》에서 영웅이 필요한 나라는 불행하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왜 불행할까? 그 나라에는 묵묵히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보통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남의 것을 빼앗아 자기 배를 불리지 않고,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정직한 방식으로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사람들, 요즘엔 이런 표현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자기 일을 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보통 사람들이 없다면 그 나라는 필사적으로 영웅적인 인물을 찾기 마련이고, 그렇게 찾은 사람에게 금메달을 나눠 주기에 급급하다. 2015.1.9 움베르트 에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