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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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생각해보기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5. 4. 08:00
많은 사람이 역사를 인생의 스승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을 곰팡내 풀풀 나는 서당 훈장의 잔소리 정도로 치부하지만, 그럼에도 분명한 건 있다. 만일 히틀러가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을 면밀히 연구했더라면 과거와 똑같은 덫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고, 부시가 19세기 영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잘 알고 있었더라면, 아니 최소한 소련이 초기 탈레반과 벌인 최근의 전쟁이라도 제대로 알고 있었다면 아프가니스탄 원정을 다르게 기획했을 것이다. 처칠을 허구의 인물로 여기는 영국의 골 빈 사람들과 15일이면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할 거라는 믿음으로 미군을 이라크로 보낸 부시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둘 다 역사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움베르트 에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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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어디에 필요할까?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5. 3. 08:00
그렇다면 이런 시대에 교사는 대체 하는 일이 뭘까? 서두에 인용한 그 학생은 절반의 진실만 말했을 뿐이다. 교사는 학생에게 지식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교육을 하기 때문이다. 좋은 학급을 만들려면 단순히 사실이나 정보만 전달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끊임없이 대화하고, 의견들을 비교하고 토론하게 해야 한다.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분명 텔레비전으로 알 수 있지만, 다른 데도 아니고 왜 하필 거기서만 그런 분쟁이 끊이지 않는지, 그것도 초기 메소포타미아 문명 때부터 왜 계속 그러고 있는지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곳은 오직 학교뿐이다. - 저장 공간만 충분하다면 누구나 새로운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정보가 저장할 가치가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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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질문들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4. 28. 08:00
당숙이 “너 언제 취직할 거니?”라고 물으면, “곧 하겠죠, 뭐”라고 얼버무리지 말고 “당숙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추석 때라서 일부러 물어보는 거란다”라고 하거든, “추석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엄마가 “너 대체 결혼할 거니 말 거니?”라고 물으면, “결혼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거기에 대해 “얘가 미쳤나?”라고 말하면, “제정신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아버지가 “손주라도 한 명 안겨다오”라고 하거든 “후손이란 무엇인가?”. “늘그막에 외로워서 그런단다”라고 하거든 “외로움이란 무엇인가?. ”가족끼리 이런 이야기도 못 하니?“라고 하거든 ”가족이란 무엇인가?“. 정체성에 관련된 이러한 대화들은 신성한 주문이 되어 해묵은 잡귀와 같은 오지랖들을 내쫓고 당신에게 자유를 선사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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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성장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4. 27. 08:00
시야의 확대가 따르지 않는 성장은 진정한 성장이 아니다. 확대된 시야 없이는 상처를 심미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거리를 확보할 수 없다. 동시에 아무리 심미적 거리를 유지해도 상처가 없으면, 향유할 대상 자체가 없다. 상처가 없다면, 그것은 아직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캔버스, 용기가 없어 망설이다가 끝낸 인생에 불과하다. 태어난 이상, 성장할 수밖에 없고, 성장 과정에서 상처는 불가피하다. 제대로 된 성장은 보다 넓은 시야와 거리를 선물하기에, 우리는 상처를 입어도 그 상처를 응시할 수 있게 된다. 김영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