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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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의 반지성주의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11. 9. 08:00
복음주의 교회의 세 번째 한계는 지성의 부재다. 이것은 성경주와 관련이 있다. 한국교회의 치명적 약점 하나는 반지성주의다. 한국교회는 반지성주의로 인해 사회의 공론장에서 비상식적 집단으로 취급당한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사회적 신뢰도를 회복할 수 없다. 한국교회는 근본주의적 문자주의라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로 성격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인다.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계시)이기 때문에 자연적 지식만을 알 수 있는 인간의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고 따라서 감히 판단하거나 의심하지 말고 무조건 믿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를 간단히 요약한다면 "이해되어야 믿어지는 것이 아니라 믿어야 이해된다"라는 구절로 표현할 수 있겠다. 신앙의 본질 안에 이러한 성격이 있기 때문에 이런 믿음을 전적으로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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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윤리를 고민하다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11. 8. 08:00
기독교 윤리란 십자가의 은혜를 경험한 사람들이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선하게 사는 것이라고 말하는 정도로는 지금 한국교회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감사의 윤리에는 태도의 문제만 다룰 뿐 내용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살아야 하며,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의 문제가 빠져있다. 더군다나 감사의 윤리는 선택사항일 뿐이다. 반드시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 강력한 유인이 없다. 더 나아가 감사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윤리는 십자가의 윤리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자기 전부를 하나님께 바치고 약함과 어리석음의 길인 십자가의 길을 가야할 이유가 없다. 이도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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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은 공격성을 품고 있다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11. 7. 08:00
진보적인 사람들은 많은 경우 상당히 지적이다. 자신이 지적이기에 지적인 논증을 통해 상대가 설득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런 논증으로 설득되지 않는다. 지식은 유용하지만 우리를 매우 공격적으로 만들 수 있다. 지식을 갖게 된다는 것은 매우 날카로운 칼을 품고 있는 것과 같아서 우리를 예리하게 만드는 동시에 공격적으로 만들 수 있다. 타인의 무지를 드러내고 타인의 잘못을 공격하기는 쉽다. 그렇기에 연합이 쉽지 않고 화합이 어렵다. 보수는 아홉가지가 다르고 한 가지만 같아도 그 한 가지 때문에 연합할 수 있고, 진보는 아홉 가지가 같고 한 가지만 달라도 그 한 가지 때문에 분열할 수 있다고 한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만고불변의 진리처럼 여겨지는 이유가 여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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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草와 잡 雜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11. 5. 09:14
일본에서는 아마추어들이 하는 야구를 ‘풀야구草野球(동네야구)’라고 한다. 풀야구는 풀이 많은 들판에서 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 아니다. 흙만 있는 운동장에서 해도 ‘풀야구’는 ‘풀야구’다. 재미있는 건 잔디경기장에서 경기를 하는데도 프로야구는 ‘풀야구’가 아니다. 풀경마, 풀축구, 풀스모, 풀연극 등 아마추어가 즐기는 경우, 일본에서 ‘풀’이라는 단어를 접두어로 사용한다. 이때 ‘풀’이라는 단어에는 ‘본격적이 아닌, 가치가 약간 낮은’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그 외에 초고草稿, 초안草案 등, 본격적이지 않은 것에도 ‘풀草’이라는 글자가 사용된다. 하지만 알고 보면 본래 ‘풀’이란 단어에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의미가 있다. ‘풀草, くさ’이란 단어에서 ‘쿠く’는 ‘기술을 도모하는 작업’을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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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권세로부터 해방되는 길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11. 4. 08:00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가 구약성서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부의 성례적 성격을 인정하지 않았다. 예수 그리스도가 현존하는 한 성례는 필요가 없다. 구약은 장차 올 것의 그림자라는 히브리서의 말씀이 다시 한 번 타당하게 느껴진다. 태양이 있는 곳에는 더는 그림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 은혜의 풍요로움이시며 하나님나라의 현존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예수는 하나님의 모든 행위를 빈틈없이 종합하신다. 돈의 권세로부터 해방되는 길은 사회생활로부터 도피하는 은신생활이 아니며, 부자가 되어 돈의 권세를 장악하는 길도 아니다. 돈의 권세로부터 해방되는 길은 매매법칙이 지배하는 사회에 살고 있으면서도 거저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의지하며 거저 주는 삶을 실천하는 길이다. 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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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복의 재해석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11. 3. 09:14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 -속이 없는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후회밖에 남은 것이 없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 -우유부단하고 게으른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배부를 것임이요 -평생 자랑거리가 없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배부를 것임이요 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임이요 -할 말이 없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임이요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 -생각할 줄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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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심판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11. 3. 08:00
하나님의 심판은 사람에 ‘대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것임을 명시해야 한다. 하나님은 사람을 망가뜨리거나 정죄할 의지나 의도를 하고 있지 않으시다. 오직 사람을 구원하고 살게 하려 하신다. 따라서 심판은 우리의 멸망을 위한 것이 아니며 부자 청년에 대한 명령도 그의 사악함을 드러내고 하나님의 저주가 얼마나 정당한가를 보이기 위함이 아니다. 반대로 인간의 연약함을 들추어내고, 인간이 얼마나 돈의 권세에 매여 있는지, 돈이 얼마나 큰 권세인지, 인간이란 얼마나 예수의 개입과 은혜를 필요로 하는지를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다른 가능성, 다른 출구는 없다. 심판을 피하려는 소망은 헛된 소망이다. 그런데 이 심판의 특성에 의해 우리를 자연세계와는 다른 세계로 인도한다. 그것은 우리를 하나님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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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하는 부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11. 2. 08:00
부는 유혹이다. 부 자체는 악이 아니라 유혹이다. 유혹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왔는지 잊지 말자. 진짜 유혹은 아담을 타락하게 한 유혹이었다고 말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후로 이 유혹은 강력한 힘으로써 타락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사람은 하나님보다 재물에 더 신뢰를 두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부는 타락하게 하는 유혹이다. 이것은 성서에서 자주 지적하는 문제이다. 부는 하나님의 값없이 주시는 징표를 의미한다. 사람이 아무리 자기의 돈과 재물이 하나님에게서 온 것이라고 믿는다 할지라도, 하나님의 입장과 인간의 확신은 항상 대조되기 마련이다. 사람은 돈은 자기가 번 것이며 자기가 노동해서 얻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거저 준 것이며 하나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시면 인간은 아무리 노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