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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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가깝다는 것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11. 18. 08:00
어릴 때 읽었던 아가사 크리스티 소설에서 탐정 할머니 미스 마플은 한 인물이 자연스럽게 또 다른 인물의 옷깃을 바로잡아주는 것을 보고서 이 사람들이 예전에 연인관계였다는 걸 깨닫는다. 작은 행동들이, 언제, 어떻게 바뀌었는지 아무도 모른 채 변화한 그런 행동들이, 생각하기 전에 먼저 나오는 행동들이 관계에 대해 많은 걸 말한다. 그리고 이런 나의 움직임을 읽어주던 사람들이 사라지면 그게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 깨닫게 된다. 누군가와 가깝다는 건 크고 대단한 비밀을 나누어서가 아니다. 서로의 작은 습관들을 기억할 때, 나와 남의 간격을 지키라고 만들어놓은 작은 선들이 그 쓸모를 잃고 자연스레 지워졌을 때까 아닐까. 안송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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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교과서 같지 않다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11. 17. 08:00
나이를 먹고 이혼을 하면서 삶이 교과서 같지 않다는 것을 배웠다. 어릴 때 부모에게 사랑받고, 자라서 학교에 가면 공부를 열심히 하고 대학에 가고, 성실히 일하면 그에 맞는 대가를 받고, 내가 정직하고 다정하면 나 역시 그런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 세상이 그만큼 단순하다고 생각했다. 노력한 만큼 행복하게 사는 것이 시간이 지나면 나이를 먹는 것 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부모의 사랑조차 자연의 진리가 아니었다. 안송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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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공동체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11. 16. 08:00
진정한 공동체는 "교환관계"가 아니라 "선물관계"로 만들어진다. 선물은 받을 것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선물은 소중한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온전하게 표현하며 값없이 준다. 선물에서 중요한 것은 사랑과 은혜, 아량과 관대함이며 그것을 통해 얻어지는 존중과 명예이다. 선물은 받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며 사랑의 순환을 만들어낸다. 사랑을 받은 사람은 반드시 사랑을 실천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생명의 순환이 일어나고 진정한 공동체가 만들어진다. 공동체는 생명의 순환이요, 사랑의 순환이며, 선물의 순환이다. 받을 것을 생각하지 않고 주는 것, 이것이 바로 선물이다. 그리고 그 선물은 순환하게 되어 있다. 공동체라는 뜻을 가진 Community는 라틴어 "쿰(cum)과 "무니스(munis)"가 합쳐진 말이다.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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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성 회복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11. 15. 08:00
한국교회가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동체성"을 회복해야 한다. 교회의 본질이 바로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교회 자체가 하나님 나라는 아니다. 하지만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완성을 가리키는 전조이며 이미 현존하는 하나님 나라를 알리는 전령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는 하나님 나라를 실체화하는 사명을 부여받았다. 사람들이 교회를 통해 가시화된 하나님 나라를 맛볼 수 있어야 한다. 하나님은 우리의 믿음을 통해 보이지 않는 하나님 나라를 지금 여기서 실체화하도록 하신다. 이도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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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싶은 설교만 하는 교회들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11. 14. 08:00
한국교회는 교인들이 싫어하는 설교를 하지 못한다. 교회를 쇼핑센터 선택하듯 선택하는 시대에 듣기 싫은 소리를 하는 교회를 누가 선택하겠는가? 교회는 이것을 너무나 잘 안다. 그래서 듣기 싫은 설교가 아니라 듣고 싶은 설교를 한다. 누가 들어도 교훈적인 그러면서 듣기 편한 설교를 한다. 왜 그럴까? 바른 교회를 세우고 싶어서 그럴까? 아니다. 큰 교회를 세우고 싶어서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불의에 저항하는 역사의 현장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했으며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하지 않았고, 기득권자들에게 예언자적 설교를 하지 못했다. 몇천 명, 몇만 명이 출석하는 교회가 되면 뭐하는가? 이도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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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길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11. 12. 09:43
그리스도와 그리스도인이 너무나 다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리스도는 좋은데, 교회는 싫다고 말한다. 우리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 지역교회가 다 사라진다면 교인들 외에 그것을 아쉬워할 다른 사람들이 있을까? 이 시점에서 간디가 우리에게 던진 문제제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우선 당신네 기독교인들과 선교사들을 포함한 모든 서양인들이 오늘부터 예수 그리스도처럼 살아가도록 하십시오. 당신들은 반드시 당신네 종교의 가르침대로 그대로 살아야 합니다. 품위를 떨어뜨리는 행동을 하지 말고 타협을 하지 말 것을 제안합니다." 마르크스는 지금까지 철학이 세상을 해석하기만 했다면, 이제 세상을 번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은 그리스도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제 우리는 세상을 해석하는 자가 아니라 세상을 변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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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정의는 분리되지 않는다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11. 11. 08:00
체데크는 강한 자들에게 시달리는 연약한 자들이 이스라엘이란 계약공동체의 일원으로 살 수 있도록 물질적, 사법적 보호와 돌봄을 베푸는 행위, 즉 분배와 인정 모두를 포함하는 실천을 의미한다. 헤세드는 반드시 체데크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체데크의 핵심에 헤세드가 있다. 따라서 사랑과 정의는 분리된 것이 아니다. 사랑이라는 말을 굳이 하지 않아도 공평과 정의 안에 이미 사랑과 정의가 모두 들어있다. 그래서 성경은 계속해서 공평과 정의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공생애와 십자가를 통해 공평과 정의를 온전히 이루셨고, 샬롬의 세상을 성취하셨다. 따라서 공평과 정의가 없는 십자가는 가짜 십자가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는 반드시 "페어처치"가 되어야 한다. "페어처치"만이 진정한 교회다. 그런데 하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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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의 무례함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11. 10. 08:00
복음주의의 장점은 행동주의에 있다. 복음주의자들의 전도가 아니었다면 우리가 어떻게 이 자리에 있었겠는가? 복음주의를 추구하는 더불어숲동산교회도 전도를 매우 강조한다. 그런데 한국교회의 전도 방법은 너무나 공격적이고 무례하고 비상식적이다. 교회가 세상에서 지탄을 받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공격적인 전도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이런 방법은 성경에 반하는 행동이다. 왜냐하면 사도행전에서 말씀을 전하고 전도하는 모습을 보면 내부인에게는 매우 과격하게 예언자적 외침을 전하지만 외부인에게는 매우 부드럽게 접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반대로 하고 있다. 내부인에게는 솜사탕 같은 달콤한 말만 해대느라 병든 기독교가 되어버렸고, 외부인에게는 혐오감을 주는 무서운 말을 해대느라 무례한 기독교가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