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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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설이 되기까지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2. 9. 08:05
눈이 내리고 있었다. 커다란 눈송이, 이사야의 무덤에 내리던 카니크다. 얼음은 아직도 따뜻해서 눈송이는 그 위에서 녹아버렸다. 눈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으면 눈송이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 같지 않고 바다에서 자라나는 것 같다. 내 위쪽의 바위탑 꼭대기에 자리잡은 하늘까지 솟아오르는 것 같다. 처음에는 새로 형성된 육면체의 눈송이가 내린다. 48시간 후에 눈송이는 부서지고 윤곽은 흐려진다. 열흘이 될 때까지는 눈은 낱알 같은 결정이 되고, 두 달 후에는 결이 조밀해진다. 2년이 흐르면 눈과 빙하 위의 싸라기눈 사이의 변환기에 접어든다. 3년 뒤에는 만년설이 된다. 4년 후에는 커다란 덩어리로 된 빙하 결정으로 변모한다. 여기 겔라 알타에서 얼음 결정은 3년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 그때까지 빙원은 얼음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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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의 거리-시니크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2. 8. 08:05
북그린란드에서 거리는 시니크, ‘잠’으로 측정된다. 즉, 여행 한번에 몇 밤을 지새야 하느냐는 것이다. 시니크의 수는 날씨나 연중 시기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고정된 거리가 아니다. 시니크는 시간의 측정 단위도 아니다. 폭풍우가 닥쳐올 조짐이 보이는 날씨에 어머니와 나는 함께 포스 만에서 이타까지 쉬지 않고 여행했었다. 그 거리는 원래 두 밤은 보내야만 할 거리였다. 시니크는 거리도 아니고, 날이나 시간의 숫자도 아니다. 그것은 공간적 현상이자 시간적 현상이고, 공간-시간의 개념으로, 이누이트에게 있어서는 당연시되지만 유럽 언어의 일반적인 표현으로는 잡아낼 수 없는 공간과 동작과 시간의 결합을 나타낸다. 페터 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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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에 대하여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2. 7. 08:04
아들러는 트라우마를 인정하지 않는다. 아들러는 우리가 겪는 어떤 경험도 그 자체만으로는 성공이나 실패의 원인이 될 수 없다고 본다. 아들러는 우리가 어떤 경험을 겪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우리는 우리가 겪은 경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경험에 어떤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우리 자신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경험을 트라우마로 보면 그것이 트라우마가 되는 것뿐이다. 하지만 그것을 트라우마로 보지 않는다면 트라우마가 되지 않는다. 그게 똑같은 사건을 겪거나 똑같이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도 서로 다른 현재를 마주하게 되는 이유다. 기시미 이치로(岸見一郞)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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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기다리기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2. 2. 09:00
세월은 흐르는데 아직 짝을 찾지 못한 여인이 말했다 “사랑은 늘 내 곁을 지나가버립니다.” 벌과 함께하길 꿈꾸지만 벌 한 마리 찾아들지 않는 장미에게 태양이 묻는다. “기다리기 힘들지 않니?” “힘들어. 하지만 그렇다고 꽃잎을 닫아버리면 난 시들어서 죽고 말아.” 마찬가지로, 사랑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우리는 늘 사랑을 향해 마음을 열어두어야 한다. 때로 외로움이 모든 것을 무너뜨릴 것 같을 때도 있지만, 외로움에 지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계속해서 사랑하는 것이다.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