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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설이 되기까지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2. 9. 08:05
눈이 내리고 있었다. 커다란 눈송이, 이사야의 무덤에 내리던 카니크다. 얼음은 아직도 따뜻해서 눈송이는 그 위에서 녹아버렸다. 눈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으면 눈송이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 같지 않고 바다에서 자라나는 것 같다. 내 위쪽의 바위탑 꼭대기에 자리잡은 하늘까지 솟아오르는 것 같다. 처음에는 새로 형성된 육면체의 눈송이가 내린다. 48시간 후에 눈송이는 부서지고 윤곽은 흐려진다. 열흘이 될 때까지는 눈은 낱알 같은 결정이 되고, 두 달 후에는 결이 조밀해진다. 2년이 흐르면 눈과 빙하 위의 싸라기눈 사이의 변환기에 접어든다. 3년 뒤에는 만년설이 된다. 4년 후에는 커다란 덩어리로 된 빙하 결정으로 변모한다.
여기 겔라 알타에서 얼음 결정은 3년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 그때까지 빙원은 얼음 결정을 바다로 밀어내버린다. 그렇게 되면 결정은 부서져 바깥으로 떠내려가다가 녹아서 흩어져버리고 바다에 흡수된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올라가 새로 눈이 되어 내린다.
페터 회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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