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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화되지 않은 낙관론은 현실의 고통을 축소한다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3. 7. 13. 08:00
장애인들의 몸은 설령 같은 유형의 장애라 해도 규격화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며, 사람마다 서로 다른 상황에 처한다. 테크노에이블리즘은 장애인들이 실제 삶에서 각각의 기술을 어떻게 느끼고, 그것과 상호작용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 테크노에이블리즘은 장애와 기술에 대한 사회의 협소한 관점을 드러낸다. 온정과 시혜로 뒤덮인 시선들은 장애인 사이보그의 현실에는 눈을 감고, 미래적인 이미지만을 기술낙관주의의 홍보 대사로 내세운다. 지금 이곳의 장애인들이 경험하는 고통과 장벽을 해결하는 일을 '언젠가' 기술이 발전할 미래로 자꾸만 유예한다. 경사로와 엘리베이터, 수어통역을 실현하는 데 최첨단의 놀라운 기술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닌데도 말이다. 애슐리 슈는 기술을 통한 궁극적인 '장애의 종말'을 이야기하는 것은 마치 인류의 역사에서 '전쟁의 종말'을 말하는 것처럼 허황된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구체화되지 않은 낙관론은 현실의 고통을 축소해버린다.
김초엽, 김원영 <사이보그가 되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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