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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10. 25. 08:00

    코지모 형이 옴브로사의 농부와 장인(匠人) 사이에서 민병대 남자들을 뽑았다. 모든 단체에서 그렇듯이 곧 단결심이 샘솟았고 진화대 사이에 경쟁심이 생겨났다. 사람들은 큰일을 해낼 준비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코지모 형도 새로운 힘과 만족감을 느꼈다. 형은 사람들을 단결시켰고 자신에게 그들의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자질이 있음을 발견했다. 다행스럽게도 형은 일생 동안 그런 성질을 단 한번도 악용할 일이 없었으며 꼭 달성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을 때에만, 그리고 성공할 수 있을 때에만 불과 몇 번 사용했을 뿐이다.

    형은 이런 사실을 깨달았다. 단체라는 것은 아주 강한 인간을 만들어내고 개개인의 훌륭한 소질을 부각시키며, 드물기는 하지만 본래의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는 기쁨과 정직하고 착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그들을 위해 훌륭한 일을 하는 게 얼마나 값어치 있는 일인지 알게 되는 기쁨을 맛보게 해준다는 것을.(반면 자신만을 위해 살게 되면 정반대의 일이 벌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사람들의 전혀 다른 얼굴, 즉 항상 손에 칼을 쥐고 경계하게 만드는 그런 얼굴을 보게 된다.)

    그러므로 화재가 났던 그 여름은 아주 뜻 깊은 계절이 되었다. 힘을 합쳐 해결해야 할 공동의 문제가 있었기에 각자 다른 개인적인 관심을 뒤로 미루었는데, 자신의 생각이 다른 많은 훌륭한 사람들과 일치하고 또 그들로부터 존경받고 있다는 기쁨이 모든 것을 보상해 주었다.

    얼마 뒤 공동의 문제가 해결되어 아무런 문제도 존재하지 않게 되면, 코지모 형은 연합한다는 게 처음처럼 그렇게 좋지만은 않고 지도자가 아닌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더 가치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형이 대장이었기 때문에 이제껏 살아온 대로 숲 속 나무 위에서 매일 밤 혼자 보초를 섰다. 

     

     

     

    이탈로 칼비노 <나무위의 남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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