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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가 돈이 되는 나라
    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3. 9. 4. 08:00

    "여기선 시가 곧 돈이기도 한 건가요?
    "아니요. 때때로 시가 화폐처럼 통용되기도 한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거요. 절판되었거나 친필 사인본이라거나, 구하기 어려운 시집은 부자들의 재산 은닉 수단이 되기도 하는 것 같지만, 우리 서민들이야 돈이 없는데 택시를 탔을 때 좋은 시를 읽어주면 요금을 안 내도 되는 정도라오. 그러면 기사가 퇴근해서는 그 시를 또 술집에서 읊으며 공짜 술을 마실 수도 있는 거고. 단, 시가 이토록 많이 유통되다 보니 유명 시인의 시는 이미 오래 전에 닳을 만큼 닳아버려 모르는 사람이 없고, 심지어 네르다나 페소아의 시는 삼탈리아 강아지도 외우고 다닐 지경이오. 삼탈리아 젊은 시인들의 시도 발표되자마자 미친 듯이 유통되고 금방 식상해져 소비 주기가 짧소. 시가 마치 짧은 수명을 가진 유행가처럼 되었소. 문학적 수준도 그딴 식이고. 그래서 제3세계의 진귀한 자원을 채굴하기 위해 탐험가들이 나섰고, 우리에게 가장 낯선 정서와 표현력을 가진 한국 시가 발견되자, 그 보석 같은 영롱함에 독자들이 경도되어 버린 거요."

     

    박상  <복고풍 요리사의 서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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