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인 채 완전한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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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안고 가기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3. 9. 14. 08:00
나는 고통을 실감하지 않기 위해 모르핀과 같은 온갖 수단에 의지했다. 내 앞에 있는 현실을 부정했고 사람들에게 마음을 닫았다. 이제는 그런 행동이 슬픔을 없애는 대신 변질시키고 미루어놓았을 뿐임을 알겠다. '고통을 마취시켜 회피하거나 제거하기 위해 맞서 싸워야 하는 존재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어떨까? 내 안의 고통의 존재를 존중하고 지금 여기에 받아들인다면?' 치유란 몸과 마음을 아프게 하는 모든 것을 박멸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고통을 과거에 남겨두고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치유란 앞으로도 항상 내 안에 살아 있을 고통과 공존하는 법을 배우되, 고통의 존재를 외면하지 않고 삶을 고통에 빼앗기지 않는 일이었다. 과겨의 유령을 직시하고 남아 있는 것을 짊어지며 나아가는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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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 후 성장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3. 9. 12. 08:00
내 증상이 PTSD라는건 뜻밖이었지만, 새로운 발견도 있었다.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외상 후 성장'에 관한 이야기였다. 나는 병으로 인해 자의식을 버리고 겸손해졌으며 많은 교훈을 얻었다. 자기도취적이던 스물두 살의 내가 암진단을 받지 않았더라면 수 십 년이 지나서야 깨칠 수 있었을 교훈이다. '세상은 모든 사람을 쓰러뜨리지만 많은 이들이 쓰러진 곳에서 더욱 강해진다.'헤밍웨이의 이 말은 우리가 새롭게 얻은 교훈에 따라 살아갈 때에만 진실이 된다. 술라이커 저우아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