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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통을 안고 가기
    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3. 9. 14. 08:00

    나는 고통을 실감하지 않기 위해 모르핀과 <그레이 아나토미>같은 온갖 수단에 의지했다. 내 앞에 있는 현실을 부정했고 사람들에게 마음을 닫았다. 이제는 그런 행동이 슬픔을 없애는 대신 변질시키고 미루어놓았을 뿐임을 알겠다.  '고통을 마취시켜 회피하거나 제거하기 위해 맞서 싸워야 하는 존재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어떨까? 내 안의 고통의 존재를 존중하고 지금 여기에 받아들인다면?'
    치유란 몸과 마음을 아프게 하는 모든 것을 박멸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고통을 과거에 남겨두고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치유란 앞으로도 항상 내 안에 살아 있을 고통과 공존하는 법을 배우되, 고통의 존재를 외면하지 않고 삶을 고통에 빼앗기지 않는 일이었다. 과겨의 유령을 직시하고 남아 있는 것을 짊어지며 나아가는 일, 사랑하는 사람들을 언젠가 잃어버릴까 봐 주저하고 망설이는 대신 지금 그들을 힘껏 껴안아 주는 일이었다. 

     

    술라이커 저우아드 <엉망인 채 완전한 축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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