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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타심으로 살아간다
    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3. 9. 7. 08:00

    우리는 그렇게 조반니의 무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겨갔다. 까리야스 숲에 다다르자마자 공포 영화 OST마냥 음산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 숲에 걸려 있다는 흑마법의 부작용은 어지간한 중세 고딕 소설 관광 보내는 수준이었다. 우선 흡혈 나방이 달려들었고, 미성년 성 착취 포르노와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그 뒤를 이었다. 나로선 세상 처음 보는 끔찍한 것들이었다. 바이러스들에게 쇠파이프를 붕붕 휘두르던 셰르비엥이 상황이 열세임을 감지하고 얼마 남지 않은 옆머리를 뽑아 던졌다. 
    "하핫! 내 옆머리에 돌로레스 박사의 만능 백신 나노밤을 심었거든! 이럴 때 써먹는구만!"
    아아. 그것은 숭고하고, 장엄한 장면이었다. 인간들이 끝도 없이 자연을 파괴하는 데 왜 자연이 아직 인간을 봐주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인간 중엔 이타적으로 희생하는 존재도 있기 때문이다. 이기적이고 무식한 인간들에게 몹시 화가 난 바이러스들도, 몇 가닥 안 남았고, 뽑을 때 더럽게 아픈 옆머리마저 희생하는 셰르비엥의 기개에 감명받지 않을 재간이 없어 보였다. 이타심이 있는 한 지구에서 인간은 좀 더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박상 <복고풍 요리사의 서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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