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의 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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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위기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5. 19. 08:00
정원의 토양은 많은 경우에 미생물, 곰팡이, 벌레를 비롯해서 땅에서 사는 온갖 생물의 건강한 다양성을 유지해준다. 반대로 농지의 토양은 척박해지는 경향이 있다. 몇십 년에 걸친 산업적 영농으로, 2차대전 이후 전 세계 표층토의 3분의 1 이상이 사라졌다. 표층토는 귀중한 자원이다. 그것이 없으면 식물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한번 사라지면 다시 만들어지는 데 500년에서 1000년이 걸린다. 돌봄의 실패로 인한 토양의 퇴화는 수메르의 재앙이 되었다. 고대 로마인도 땅의 요구를 무시했고, 그에 따른 농업의 실패는 로마의 몰락에 기여했다. 현대로 오면 1930년대 북아메리카 대초원의 파괴가 있다. 똑같은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다른 점이라면 규모가 전 세계적이라는 것뿐이다. 지구의 위기가 점점 심각해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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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생존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5. 18. 08:00
우리가 자연을 이해하고 그리는 방식도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지금까지 자연 세계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함’, ‘적자생존’, ‘이기적인 유전자’ 같은 개념들이 형성해왔다. 이런 서사들은 어쩌면 시대에는 맞았지만, 공존을 촉진하는 다른 힘들은 상대적으로 간과되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제 이전까지 ‘엉뚱하다’고 여겨진 생각들이 주류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식물학에서는 식물 커뮤니케이션 분야가 부각되고 있다. 지금 밝혀지고 있는 바에 다르면, 나무는 공동체를 형성하고, 땅속 곰팡이 네트워크를 통해서 서로 ‘협력’한다. 식물은 다른 식물에게 곤충이나 유해 조수에 대해 경고한다. 해바라기는 뿌리가 이웃들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인다. 집단 생존은 우리 시대의 절박한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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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예를 생각해보기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5. 17. 08:00
원예가 항상 자원을 보호하거나 환경 친화적이지는 않다. 인류가 자연을 지배하려고 만들어낸 아이디어들의 진화는 정원 역사에 큼직하게 새겨져 있다. 다른 시대를 보면 길들이고 억제한 자연, 개량하고 개선된 자연도 있고, 물을 많이 소모하고 제초제에 젖은 녹색 잔디가 등장하면서 소모된 자연도 있다. 오늘날에는 자연의 위기가 닥치면서 정원의 회복적 측면이 부각되었다. 재야생화 운동이 이는 이유는 원예가 지배 행위를 넘어서 구조와 회복 행위가 되었다는 뜻이다. 수 스튜어트 스미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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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선균이 주는 기쁨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5. 16. 08:00
젖은 흙냄새도 정원에서 흙을 파는 일이 주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지오스민geosmin’이라고 하는 이 냄새는 토양 박테리아 ‘방선균actinomycetes’의 활동에 의해 방출되며, 사람에게 상쾌하고 포근한 느낌을 안겨준다. 인간 후각 중추는 흙냄새에 아주 민감하다. 아마도 먼 조상들이 삶의 필수적 자원을 감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5분의 1조밖에 안 되는 희박한 농도에서도 이 냄새를 감지해낸다. 운동과 냄새로 기분을 고양시키는 것 말고도, 정원에서 흙을 파면 토양 속 다른 박테리아들의 직접적 활동을 통해서 세로토닌 조절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10년쯤 전, 신경과학자 크리스토퍼 로리Christopher Lowry는 토양 속에 있는 박테리아 소량이 두뇌의 세로토닌 수치를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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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의 연결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5. 13. 08:00
인간은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태어난 초원 동물이고, 우리 신경계와 면역계는 자연 세계의 다양한 양상에 최선의 방식으로 대응하도록 진화했다. 햇빛 양, 노출되는 미생물 종류, 주변 식생 상태, 우리가 하는 운동 종류가 다 환경이다. 이 의미는 앞으로 밝혀나가겠지만, 식물이 자연에서 번성하는 길과 인간이 번성하는 길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힐데가르트의 직관이 옳다는 사실이 증명되고 있다. 우리가 바깥 자연을 돌보면, 우리 안의 자연, 우리의 본성도 돌보게 된다. 바로 그런 이유로 사람은 자연 세계에 있을 때 더 강한 활력과 원기를 느끼고, 원예가들은 평온한 활기를 맛본다.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면, 연결을 원하는 인간의 본성이 깨어난다. 수 스튜어트 스미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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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디타스viriditas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5. 12. 08:00
12세기, 빙겐의 수도원장 성 힐데가르트는 베네딕트회의 가르침을 한층 더 높은 곳으로 이끌어가는 탁월한 모습을 보여줬다. 약초 전문가로서뿐 아니라 작곡가, 신학자로서도 존경받은 힐데가르트는 인간 영혼과 자연의 성장력-‘비리디타스viriditas’라고 부른-사이 관계를 토대로 고유한 철학을 발달시켰다. ‘비리디타스’는 강물의 수원처럼 모든 생명체가 궁극적으로 의존하는 에너지의 샘이다. 라틴어 녹색과 진리를 합한 단어로, 좋음과 건강의 기원을 의미하며, 생명을 거부하는 메마름인 ‘아리디타스ariditas’와 반대된다. ‘비리디타스’의 푸른 힘은 글자 그대로의 의미와 상징적인 의미를 모두 갖는다. 인간 영혼의 생기뿐 아니라 자연의 풍성함도 가리킨다. 힐데가르트는 사고의 중심에 ‘녹색’을 위치시킴으로써, 자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