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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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물려 줄 것을 생각해 보다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10. 31. 08:00
“그래요, 제가 많은 실수를 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물려주려는 당신의 그 인생은 왜 그리 지루하고 졸렬한가요? 아버지가 30년 동안이나 지어오신 많은 집들 속에 사는 인간들 중에 왜 제가 보고 배울 만한 사람이 한 명도 없을까요? 이 도시에는 정직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아버지가 지은 그 집들은 이 세상으로부터 어머니와 딸들을 쫓아내고 아이들을 학대하는, 저주받아 마땅한 둥지입니다. 불쌍한 우리 어머니!” 나는 절망감에 계속 말을 이었다. “불쌍한 누나! 집집마다 숨겨진 끔찍한 일들을 모른척하기 위해서는 술과 카드놀이와 험담으로 자신을 망치거나, 비열한 짓과 위선을 저지르거나, 아니면 아버지처럼 수십 년 동안 설계도만 그려야겠지요. 이 도시는 수백 년 동안 단 한 명의 유익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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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에게 유익하다는 건 무엇인가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10. 29. 09:00
“누가 뭐래요? 그래요. 우리는 옳았어요. 그러나 우리가 옳다고 여겼던 것을 옳지 않은 방법으로 실현하려고 했다는 데 문제가 있는 거예요. 무엇보다도 방법이 틀렸던 거예요. 그렇지 않은가요? 당신은 다른 사람들에게 유익한 사람이 되고 싶어했지만, 당신이 그들의 영지를 샀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벌써 그들을 위해 뭔가 해줄 수 있는 가능성을 다 차단해버렸던 거예요. 그리고 또, 당신이 만약 농군들처럼 먹고 입고 일했다면, 당신은 자신의 권위로 그들의 이 더럽고 남루한 옷차림, 초라한 오두막, 바보같은 수염을 합리화하는 거지요. 또 한편으로는 당신이 아주 오랫동안, 평생에 걸쳐 일했다손 치더라도, 그리고 결국에 뭔가 실질적인 성과를 달성했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농부들의 무지몽매함과 허기, 추위 앞에서 무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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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위해 사는가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10. 28. 08:00
“그런가요! 그렇지만 당신의 ‘안다’는 것도 그 ‘모른다’는 것보다 더 신통하지는 않군요. 나는 진보, 문명, 문화의 계단을 따라 갑니다.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끊임없이 가겠지요. 이 문명의 계단 하나만으로도 살 가치가 있는 것이오. 그렇지만 당신은 무엇 때문에 살지요? 당신은 타인을 괴롭히지 않고, 예술가나 그를 위해 물감을 풀어주는 사람이나 모두 똑같이 먹고사는 것, 그것 하나만을 위해 산다는 거죠? 이건 속물적이고 저속한 인생의 단면일 뿐입니다. 이것만을 위해 산다는 것이 진정 혐오스럽지 않나요? 만약 어떤 벌레들이 다른 벌레들을 못살게 군다면, 제기랄, 그냥 서로 먹어치우게 내버려둬요! 우리가 고민할 게 뭐 있소! 노예상태에서 해방되든 말든, 그놈들은 결국 죽어 사라질 테니까. 우리가 생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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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를 논하다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2. 10. 27. 08:00
“만약 위대한 사상가나 학자가 먹고살기 위해 벽돌을 깨거나 지붕을 칠하면서 시간을 보낸다면, 인류의 진보에 심각한 위험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무슨 위험이요?” 내가 물었다. “진보라는 것은 결국 사랑이며 도덕을 지키는 것이오. 만약 당신이 아무도 억압하지 않고, 아무도 고통스럽지 않다면, 그 이상 무슨 진보가 더 필요하겠습니까?” “그렇지만 말입니다!” 블라고보는 갑자기 화를 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만약 달팽이가 자기 껍질 속에서 인격을 수양하며, 도덕에 대해 왈가왈부한다면, 그것도 진보란 말입니까?” “왈가왈부라니요?” 나도 화가 났다. “만약 당신이 주변 사람에게 당신을 먹이고, 입히고, 보호하도록 강요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바로 진보요. 우리 인생이 노예제도 하에서 성립되어왔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