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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물도 없는 세상
    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3. 5. 11. 08:00

    현대 과학이 발달하면서 트랙터가 등장했습니다. 트랙터로 싹 밀어 버리니 이삭이 남을 수가 없습니다. 한 알도 남김없이 완벽하게 긁어 가요. 이 같은 사회 시스템에서는 하나님의 명령이 통하지 않습니다. 어수룩한 데가 없기 때문입니다. 옛날 같으면 어디 가서 흘린 음식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었겠지요. 하지만 시스템이 완벽히 짜여 있는 사회에서는 소위 '국물'이 없습니다. 



    이 국물이 바로 성경에 나오는 이삭입니다. 그것까지 싹쓸이해서 내버리거나 그것이 없으면 안 되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국물부터 마십니다. 옛날부터 이삭줍기를 해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매우 까다롭거나 싹쓸이하는 사람들을 보고는 "국물도 없다"고 말합니다. 국물을 남겨 주는 것이 정이고, 여유이고, 사람 사는 세상입니다. 버리지 않고 남겨 두는 것입니다.

     

     

    이어령 <먹다 듣다 걷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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