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위기

정원의 토양은 많은 경우에 미생물, 곰팡이, 벌레를 비롯해서 땅에서 사는 온갖 생물의 건강한 다양성을 유지해준다. 반대로 농지의 토양은 척박해지는 경향이 있다. 몇십 년에 걸친 산업적 영농으로, 2차대전 이후 전 세계 표층토의 3분의 1 이상이 사라졌다. 표층토는 귀중한 자원이다. 그것이 없으면 식물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한번 사라지면 다시 만들어지는 데 500년에서 1000년이 걸린다. 돌봄의 실패로 인한 토양의 퇴화는 수메르의 재앙이 되었다. 고대 로마인도 땅의 요구를 무시했고, 그에 따른 농업의 실패는 로마의 몰락에 기여했다. 현대로 오면 1930년대 북아메리카 대초원의 파괴가 있다. 똑같은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다른 점이라면 규모가 전 세계적이라는 것뿐이다.

지구의 위기가 점점 심각해지면서 불가피하게 무력감이 일고, 이른바 기후 슬픔 또는 ‘환경 우울증’도 생긴다. 그러면서 우리는 문제를 최소화하고 최선을 희망하느나, 아니면 절망과 마비감에 굴복하느냐를 두고 갈팡질팡하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 생명의 원천인 땅과 접촉을 상실한다면 심리적 여파가 미치고, 그 결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거나 풍성함에 감사를 느끼기 어려워질 수 있다.

 

 

 

수 스튜어트 스미스 <정원의 쓸모 >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