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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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삶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3. 6. 16. 08:00
주변의 많은 사람이 다 지면서 살고 있다. 지면서도 산다. 어쩌면 그게 삶의 숭고함일지도 모르겠다. 그러자 갑자기 만화가 그리고 싶어졌다. 지면서 살아가는 사람들. 매일 검붉은 노을로 지지만 다음 날 빠알간 햇살로 빛나는, 태양 같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싶어졌다. 사실 따지고 보면 김 부장이 이야기한 펭귄 아빠도 흥미로운 구석이 없는 소재는 아니다. 누가 돈만 준다면 그리고 싶은 이야기다. 지금 느끼듯 내가 그리고 싶은, 지면서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김호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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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살아가기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3. 4. 3. 08:00
사실 올 겨울을 편의점에서 보내고 나면 마포대교 혹은 원효대교에서 뛰어내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알 것 같다. 강은 빠지는 곳이 아니라 건너가는 곳임을. 다리는 건너는 곳이지 뛰어내리는 곳이 아님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부끄럽지만 살기로 했다. 죄스러움을 지니고 있기로 했다. 도울 것을 돕고 나눌 것을 나누고 내 몫의 욕심을 가지지 않겠다. 나만 살리려던 기술로 남을 살리기 위해 애쓸 것이다. 사죄하기 위해 가족을 찾을 것이다. 만나길 원하지 않는다면 사죄의 마음을 다지며 돌아설 것이다. 삶이란 어떻게든 의미를 지니고 계속 된다는 것을 기억하며, 겨우 살아가야겠다. 김호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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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와 법조인 없이 살 순 없을까읽고 생각하기/생각거리 2023. 3. 28. 08:00
이 나라에선 사람을 죽이거나 성범죄를 저질러도 의사 면허가 취소되지 않는다. '불사조 면허'라고 한다. 왜 그러냐고? 의료 기술자들이 법 기술자들과 친하기 때문이다. 그걸 믿고 우리는 그런 짓들을 저질렀는지 모르겠다. 그런 끔찍한 특권으로 사람들을 죽이고 살리다 보니 스스로를 전지전능한 신으로 착각한 건지 모르겠다. 내가 집도한 환자 하나가 연예인으로 성공한 뒤 사람들은 그녀가 '의느님'의 손을 빌렸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인간에 불과했다. 그것도 나뿐인 인간, 나쁜 인간, 오직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존재. 김호연 중에서